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분류없음2010/09/06 13:23

대학 졸업을 앞두고,
학과의 특성상 한번 쯤은 컨설팅이나 투자은행 등에 관심을 가졌었다.

나름 원서도 넣었고, 인터뷰도 보고, 임원 면접도 했는 데 그곳의 일원이 되지는 못했다.

어제 현우가 보온병에 포도 껍질을 집어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7~8년 전 면접 상황이 기억났다.
Lehman Brothers였나, Deutche Bank 였나... 무슨 투자 은행 임원 면접이었는데,

면접관: 조영준씨는 액티브하게 살아오셨군요. 여기 다니면 개인 생활이 쉽지 않을텐데요. 저도 여기 10년 되었는 데, 거의 매주 주말 출근하고 그랬어요. 이런 생활 할 수 있겠어요?

나: 아.. 네... 일 많으면 열심히 해야죠. 주말마다 바쁘시면 가족하고 시간도 많이 못 보내시겠어요.

면접관: 네, 애가 한명인 데 거의 못 봐요.

나: 아.. 네... 행복하세요? 개인적인 것을 어느정도 포기해도 좋을 만큼 여기 일을 통해서 얻는 성취감 같은게 있나요?

면접관: ... 성취감은 개인이 느끼기 나름이겠죠..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는지는..


임원 면접하면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.

지금 다시 이 상황이 되어도 난 절대 개인 생활 포기 못한다.
그래서 과거의 선택이 전혀 후회되지 않는다.

가족과의 시간,
그리고 내아이와의 시간이 일 따위보다 우선이 될 수는 없다.

내 아이의 첫 이유식
내 아이의 첫 이발
내 아이의 첫 뒤집기
내 아이의 첫 일어서기
내 아이의 첫 포도알맹이 빼먹기
내 아이의 첫 소파 올라가기
내 아이의 첫 간식 먹기
내 아이의 첫 공물고 기어다니기
...

이런걸 직접 목격하는 그 순간을 어떻게 다른 것과 바꿀 수 있을까.
이런 것들이 쌓여서 결국 가족의 이야기가 시작이 되고 유대감이 쌓이는 것이 아닐까.

나중에 내가 할아버지가 되어 내 손자들을 바라보며,
넌 니 아빠 처럼 뚜껑을 좋아하는구나, 물을 좋아하는 구나, 바나나를 좋아하는 구나 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,
정말 정말 정말 과거를 느끼고 벅찬 가슴으로 얘기를 할 수 있으려면
지금부터 하나씩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.

첫 이발

첫 빡빡이

공물고 기어다니기

첫 소파 점령

엄마 따라 빨래하기

첫 물건 담아 정리(?)하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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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bastei